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퇴직자 차 모씨(65)는 최근 중개업자와 함께 역세권 부근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 지난해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으려다 포기한 후 5~6개월 만이다. 정부가 `준주택제도`를 입법예고하면서 고시텔 사업성이 좋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차씨는 "자금 조달이나 주차장 등 각종 규제, 편의성, 고객 모집이 주택보다 고시텔이 유리할 것 같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준주택제도 도입을 입법예고한 뒤 퇴직자 등 부동산 투자자들이 고시텔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좋은 조건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준주택제도 도입으로 장기 저리인 국민주택기금을 기존 도시형 생활주택 외에 오피스텔이나 고시텔에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

한 투자자는 "그간 숙박시설용 고시원 건립은 불법이어서 대출도 힘들었다"며 "정부가 지난해 고시원 양성화 대책을 내놓은 후 올해 초엔 준주택제도까지 도입해 여러 가지로 사업 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6일 `준주택제도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상반기 안에 고시원 등 준주택제도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원룸과 기숙사형 주택은 30㎡당 최고 2400만원까지 연리 5%에 3년 거치, 17년 상환 조건으로 빌릴 수 있다.

원룸텔ㆍ고시텔 전문업체인 싱글하우스 정광옥 대표는 "지난해 고시원 양성화 이후 수협에서 연리 6.1%에 5년 내 상환 조건으로 감정비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며 "국민주택기금을 연리 4~5%에 빌릴 수 있다면 사업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싱글하우스에 따르면 현재 부천 북부역에서 총 면적 429㎡에 37개 원룸을 운영하는 데 투자비용(리모델링, 가구ㆍ가전 등) 2억7000만원, 월 매출 1432만원(90% 입실 가정), 월 지출(관리비 등) 300만원으로 월 순익은 총 1132만원이 나온다.

정 대표는 "입지나 건물 형태, 공실률별로 수익성은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으로 규제가 적어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고시텔에 대한 관심 증폭은 기존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비해 파격적인 규제 완화도 이유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장 규제를 예로 들자면 기존 원룸은 가구당 1대꼴로 주차장을 설치해야 하는데 도시형 생활주택은 60㎡당 1대꼴로 완화해 줬지만 역세권 등 땅값이 비싼 곳에서는 부담이 크다"며 "고시원은 135㎡당 1대로 사실상 9.9㎡(3평)짜리 가구를 가정하면 12가구당 1대꼴이어서 부담이 작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도시형 생활주택은 사업성이 낮아 국민주택기금 대출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텔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좋지만 지금 당장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이탁 국토부 주택건설공급 과장은 "입법과 시행령이 완비돼야 구체적인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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